어린이날 행사 기사 2

평화의 선물 기다리는 도라산역 어린이들
통일부 남북출입사무소 5월5일 어린이날 행사를 가다

▲ 차창에 비친 검문소
 
ⓒ 장혜순
 

5일 아침 7시가 조금 넘자 전화가 걸려왔다.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소재 ‘안중방정환지역아동센터'(센터장 박우희) 어린이 50여명이 통일부 주관으로 남북출입사무소와 도라산역 일대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문산으로 출발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일행과 함께 하기 위하여 신촌역에서 7시 58분 파주행 통근열차에 올라섰다. 문산역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렸다. 문산역 앞이 이날 행사 참석자의 1차 집결 장소였다. 행사 담당 직원의 안내로 출입국 사무소까지 가는 길이 왜 그리도 더디기만 하던지….

이미 수일 전 신원명세서를 전달했음에도 다시 검문소마다 군인들이 올라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지루한 대조작업을 벌이는 등살에 새벽부터 부산을 떤 아이들은 이미 지치기 시작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간단한 설명만 마치고 곧바로 모의 출입 과정 견학에 들어갔다. 해외여행 과정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행사였으나 어린이들은 각자의 손에 쥐어진 출입증에 직접 도장을 받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즐거운 모양이다. 어떤 어린이는 출입증을 잃어버리고 찾아다니기도 했다.

출입 과정을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퀴즈 대결을 통한 선물 받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평양의 대표적인 음식을 묻기도 하고 북한에서 제일 좋아하는 운동으로 탁구를 답하기도 하며 어린이들은 서로 선물을 타보겠다고 손을 높이 들고 온몸을 길게 빼기도 했다. 더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우성을 쳤다.

깨끗하게 단장한 도라산역은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그곳에도 역시 남북 출입시설이 출입국 사무소와 동일하게 설치되어 있다.

모처럼 맞이한 어린 손님들로 역사가 북새통을 이루자 역무원들도 신이 났는지 도라산 역의 의미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도라산역은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입니다” “서울에서 56Km 평양까지의 거리는 205Km이며 앞으로 우리 철도가 시베리아 철도 중국철도와 연계되는 날 이곳은 대륙으로 가는 그 출발점의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역무원들은 금방이라도 어린이들을 열차에 태울 요량인 양 모의 승차권에 스탬프 도장도 쾅쾅 찍어주었다. 태극 모양의 철길 문양이 선연했다.

열차는 아직 오지 않았다. 기념사진을 찍다 말고 제법 커 보이는 어린이가 쪼르르 달려와 역무원을 붙들고 묻는다. “열차는 언제 와요?” “언제 평양에 갈수 있어요?” 역무원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남북 간 평화가 약속되면 금방이라도 갈 수 있단다.” “우리 열차는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단다.”

그렇다. 도라산 역에 열차가 남북을 왕래하는 모습은 바로 남북 간의 평화의 잣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평화는 다름 아닌 어린이들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남북 출입사무소 출입 총괄팀 이우열 행정 사무관이 사정이 있어 먼저 사무소로 돌아가야 한다고 인사를 하며 몇 마디를 건넸다. “8일 행사 이야기가 잘되어서 17일에는 차질 없이 시범운행이 성사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빠져나오는 길에 어린이들을 상대로 목청껏 평화와 열차운행의 의미를 설명하던 역무원이 한 움큼의 역사안내 팸플릿을 쥐고 달려왔다. 어린이들에게 기념으로 나누어주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마음이 다르지 않고 어린이들도 저마다 빨리 평화가 와서 열차를 타고 평양까지 가보고 싶다고 한다.

도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고 돌아오는 것으로 행사는 끝을 맺었다. 날씨는 일기예보와 달리 다행히 햇살이 가득한데 옅은 안개 때문인지 바라보이는 북녘이 흐릿하기만 했다.

그래도 어린이들은 설명을 따라 전망대 좌측으로 길게 드리운 개성으로 가는 길을 확인하고는 마치 무슨 대발견이라도 한 듯이 스스로 우쭐해 하기도 했다.

참석했던 어린이들은 통일부에서 마련한 선물과 이날 행사를 후원한 한국방정환재단(이사장 이화영)에서 나눠준 동화책을 들고 좋아라했지만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남북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미래로 가는 평화의 선물은 언제쯤 도라산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

2007.5.6

Ohmynews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URL 복사하기
목록
err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