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

 

나라 장래 말하려면 <소파정신> 이어 나가야…

‘방정환 재단’은 무엇을 하려 하는가?
한국 사람 치고 소파 방정환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꿈 많던 초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처음 대면한 중절모를 쓴 소파의 넉넉한 모습이 아직도 우리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일까, 소파에 대한 지식은 태부족이다.  ‘어린이날’을 처음 제정한 선각자라는 막연한 인상만 남아 있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 120여 년 전의 한 인물을 새삼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정치가의 입에서, 학자의 글에서, 그리고 언론의 계몽기사에서 수도 없이 강조된 ‘어린이 사랑과 나라 장래’의 숭고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구호에 머물러왔음은, 뜻있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우리는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진정 나라 장래를 이끌 어린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줄 앞 세대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 이 시대 어린이들을 위해 소파의 정신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후예는 있는가, 없는가. 이 물음에 우리는 침묵할 수 밖에 없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우리의 어린이들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바친 이는 누구인가.  망설임 없는 대답 – 소파 방정환이다.  어린이 사랑의 불모지인 이 땅에서 그의 정신은 시대가 흐를수록 보석처럼 빛난다.

그렇다면 ‘방정환 정신’이란 과연 무엇인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가난과 질병과 불행에 찌든 이 나라 어린이들을 구휼하고 교육하고 선도했던 것이 소파가 몸을 던져 했던 모든 것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런 것들은 아주 표면적인 일이었을 뿐이다. 소파의 어린이 사랑은 그 내면적 이상에서 더 깊은 의미를 함축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한민족의 절절하고 가없는 사랑인 동시에 자신을 온전히 던진 ‘올인 투자’였다. 다시 말해서 민족과 나라 건설의 장래를 담보한 드높은 이상과 행동을 몸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잡지 ‘어린이’ 창간부터 세계아동예술전람회, 동화구연대회와 어린이 음악회, 어린이날 행사, 안창남 비행 쇼에 이르기까지 그의 실천정신이 깃들지 않은 곳은 없다.  그의 요절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어린이 사랑과 겨레사랑에 몸 바쳐 온 희생의 역경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세계는 지금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한국은 어느 날 갑자기 낙후의 천길 나락에 떨어질지 모른다.  21세기에 들어 어린이를 위한 정책과 어린이 문화와 시설 등이 많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는 방정환재단이 수년간 지속해 온 한국 어린이 청소년 행복지수 연구의 결과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그 동안 소파 정신의 구현을 위해 작은 노력을 기울여 온 방정환재단이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이 나라의 올바른 어린이 문화의 지평을 넓히자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구호성 사업을 나열하고 선전할 생각은 없다.  우리 어린이들이 자기 안의 힘과 에너지를 긍정하고 발견하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세계적인 문화 시민으로 커 가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건 앞장서고자 할 뿐이다.  다양한 어린이·청소년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 가슴 속에 작은 물결을 일으키고자” 하신 소파(小波) 방정환 선생님의 뜻을 이어나가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다.

우리 재단은 방정환을 단순히 한국의 안데르센이나 디즈니 같은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삶을 직시 했던 소파의 어린이 사랑정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10년을 투자하라”고 한 소파 정신의 실천이야말로 우리 재단의 목표이다. 

 

(재)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이 상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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