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평전” 출판기념회 축사

이 글은 지난 7월 23일 열린 “소파 평전” 출판기념회 및 한국방정환재단을 돕는 모임에서 행한 정재호 헌정회 부회장의 축사를 발췌한 글입니다. 

나라를 빼앗기고 모국어마저 강탈당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암흑과 빈곤만이 가득찼던 그 당시 우리의 자화상은 절망이라는 낱말속에 침몰되어 있었습니다. 
요즈음 서울 시민의 화두는 청계천입니다. 그 시절 청계천은 우리 어머니들이 빨래하며 어린이에게 젖을 물리는 장소였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 시절 어머니의 젖가슴은 풍만할 수 없었습니다. 메말라버린 어머니의 가슴에 매달린 어린이의 슬픈 눈망울을 통하여 소파 방정환은 어린이의 가슴을 들여다 보려고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어린이에 대한 10년 투자론을 펼치며 이 지구촌에서 최초로 ‘어린이날’을 제정하는 큰 일에 앞장섰습니다. 

그 무렵 머리에 먹물깨나 들었다는 지식인마저도 고개를 갸우뚱했던 ‘인권’이라는 단어를 노래한 거인입니다. 소파는 일찍이 겨레와 역사와 미래를 함께 생각한 선각자였습니다. 어린이의 꿈을 통해 민족의 내일을 더불어 고민하고 사색했던 거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인물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소홀했습니다.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프다”는 통속적인 민속어가 있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땅에는 오랜 세월 ‘깎아내리기’ 문화가 잔인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영웅만들기에 너무 인색하여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인물이 없습니다. 없다기 보다는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반성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슴팍에 묻어있는 그릇된 찌꺼기들을 거둬내야 합니다. 깎아내리기 문화에 대한 반성입니다. 칼에 찔린 상처는 쉽게 아물수 있으나 말에 찔린 상처는 오래갑니다. 
소파 방정환은 우리의 말을 아끼고 다듬었습니다. 말을 사랑했습니다. 오늘 반성의 텃밭을 일궈내는 의미에서 방정환 재단이 펼친 운동은 크나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반성의 촛불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하여 메말라 버린 문화 감성을 살찌게 하는 뜨거운 촛불을 훤히 밝혀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을 기록하는 평전 문화를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선진 외국에서는 평전 문화가 독립된 장르로서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뜻에서도 방정환 평전이 갖는 의미는 큰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노작을 꾸며내신 저자와 재단의 노고에 대해 경의를 표하면서 축하에 갈음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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